자유주의는 제국주의를 부추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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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6-03-24 06:04 조회485회 댓글3건본문
자유주의는 제국주의를 부추기는가?
Ulrich Fromy, 2026. 01. 25. (이종선 옮김)
역사는 우리에게 불편한 역설 하나를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경제적 자유를 가장 열정적으로 옹호하는 국가들이 종종 대외적으로는 가장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펼친다는 사실이다. 자유무역과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19세기 영국은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식민 제국의 중심지였다. 오늘날에도 가장 자유로운 경제 중 하나로 평가받는 미국은 전 세계에 약 800개의 군사 기지를 유지하고 있다.
한스 헤르만 호페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리뷰(The Review of Austrian Economics)』에 실린 「은행, 민족국가, 그리고 국제정치: 현 경제 질서에 대한 사회학적 재구성」(1990년, 제4권, 55~87쪽)이라는 논문에서 중요한 역설을 지적한다. 즉, 국가가 내부적으로 자유주의적일수록 외부적으로는 공격적인 제국주의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국가의 내부적 자유주의―개인이 부를 창출하고 혁신할 수 있는 능력―와 국가가 그 부를 활용해 팽창주의적·제국주의적 야망을 실현하는 능력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 고리가 있다. 호페는 다음과 같이 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역사는 제국의 성장에서 내부 자유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우선 서유럽 국가들이 세계적 지위를 얻게 된 과정이 이를 잘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와 스토아 철학, 로마법이라는 오래된 지적 전통 위에서 자연권과 자유주의의 이념이 서유럽에서 등장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루이스 데 몰리나, 프란시스코 수아레스와 16세기 후반의 스페인 스콜라 철학자들, 그리고 휘호 흐로티위스, 사무엘 푸펜도르프, 존 로크와 같은 사상가들의 이름과 함께 이 이념은 점차 여론 속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 결과 각 국가의 내부적 착취 능력은 약화되었다. 더 나아가 근대 이전의 유럽은 수많은 소규모 국가와 봉건 영지들이 경쟁하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국제 체제로 특징지어졌다.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국가 권력이 약했기 때문에 개척자, 생산자, 계약자들은 점점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의 경제 성장률이 기록되었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인구 증가가 안정되면서 전반적인 생활 수준은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상승했고, 마침내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의 압도적인 부를 바탕으로, 약하지만 자유주의적이었던 서유럽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손에 쥔 이 막대한 부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모든 대륙에 패권을 확장하는 제국주의적 모험의 폭발로 이어졌다.”
호페는 이 현실을 비교적 단순하게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유럽의 정치권력은 상대적으로 분권화되고 분열되어 있었으며, 때로는 무정부적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환경은 규제와 기준, 경제 개입이 약한 상태에서 ‘내부 자유주의’가 번성할 수 있게 했다. 전면적인 정치권력이 부재했기 때문에 개인들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고, 산업혁명 이전에 이미 생산과 부는 정점을 찍었다. 권력의 분산, 세속 권력과 종교 권력의 분리, 시민권의 등장은 랄프 라이코가 말한 ‘유럽의 기적’의 핵심 요소들이다.
착취의 메커니즘
그러나 동시에 또 다른 흐름도 등장했다. 바로 국가 권력의 부상이다. 18세기와 특히 19세기에 이르러 정치 권력은 점차 중앙집권화되었고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사회의 생산 계층이 창출한 자본을 착취함으로써 존속하는 강제적 존재인 국가는, 먼저 세금을 통해, 그다음에는 통화 공급의 팽창을 통해 이 부를 더욱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부유한 국가는 전쟁을 수행할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고, 다른 국가를 군사적으로 지배하며 패권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호페는 다시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에는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가가 내부적으로 자유주의적일수록 외부로 공격성을 띠게 될 가능성은 커진다. 내부 자유주의는 사회를 부유하게 만들고, 착취할 수 있는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국가는 더 부유해지며, 더 부유한 국가는 더욱 성공적인 팽창 전쟁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경향은 국가가 ‘해방적 민족주의’, 즉 전쟁이나 해외 원정이 국민의 자유와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때 더욱 강화된다.
사실 내부 자유주의가 성공적인 제국주의의 조건이자 수단이라는 점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호페가 지적하듯, 이는 유럽 팽창주의의 황금기 동안 특히 뚜렷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유시장 원칙, 자유, 사유재산권을 채택하지 못한 억압적이고 후진적인 체제에 비해 훨씬 경쟁력 있는 경제를 바탕으로 내부 자유주의를 활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18~19세기 가장 자유주의적이었던 국가인 영국은 자연스럽게 최대의 제국으로 성장했다.
요컨대 국가 간의 권력과 부의 비대칭은 언제나 가장 강력한 국가에 의해 이용된다. 이것이 바로 국가의 본질이다. 국가는 자국민에 대한 약탈과 통제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까지 지배하려 든다. 머리 로스바드가 정확히 묘사했듯, 이것이 국가라는 존재다.
대영제국은 좋은 사례이지만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이지 않았던 러시아 제국 역시 19세기에 정복 열풍에 휩싸였다. 1830년부터 1907년까지 중앙아시아 지배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영국과 러시아의 경쟁,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시기 서구 자유주의로 인해 형성된 국가 간 격차와 권력의 비대칭은 극에 달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성취들은 서구의 빠르고 자유주의적인 발전, 서구 국가들의 경제 통제력 강화, 그리고 이웃 국가들의―대체로 권위주의적이고 비자유주의적인―비극적인 정체의 결과였다.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오스만 제국이나 같은 시기 제국 중국의 쇠퇴는 이를 잘 보여준다. 권위주의와 경제적 보수주의에 얽매인 이들은 쉽게 표적이 되었고, 경제적 정체는 군사적 취약성으로 이어졌다.
오늘날과 법정화폐
호페가 지적하듯, 모든 것은 1913년 연방준비제도(Fed)의 창설과 그 이듬해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달라졌다. 법정화폐와 중앙은행 체제의 도입으로 국가는 통화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권을 갖게 되었다. 국가는 이제 적을 파괴하기 위한 방향으로 경제를 훨씬 쉽게 전환할 수 있었고, 과거·현재·미래에 개인이 창출한 모든 자본을 착취하고, 과세하고, 빼앗을 수 있게 되었다.
1913년은 제국주의의 새로운 단계로의 전환점이었다. 20세기의 세계대전은 국가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화폐를 찍어낼 수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 인플레이션은 선호되는 수단이 되었고, 국고를 고갈시킬 필요도 없어졌다. 돈을 찍어내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더 미묘한 것은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수행하는 역할이다. 이 패권적 지위 덕분에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즉각적인 대가 없이 부채로 재정 적자를 조달하며,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적국을 제재할 수 있다. 내부 경제 자유주의는 달러를 세계 기준 통화로 만들었고, 이는 외부 제국주의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오늘날에도 국가 제국주의는 자기들의 사회들의 ‘내부 자유주의’나, 달러의 과도한 특권 덕분에 가능한 다른 사회들의 ‘외부 자유주의’를 먹고 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과 베네수엘라 및 유럽연합 간의 최근 갈등은, 국내 시장이 가장 ‘자유로운’ 국가들(물론 완전히 자유로운 국가는 없지만)이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인의 사적 자본을 국내외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국가가 결국 가장 강력하다.
현대 중국은 특히 흥미로운 사례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훨씬 강한 국가 통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점점 더 공격적인 지정학적 행보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 대만에 대한 야망, ‘신(新)실크로드’ 전략은 호페가 말한 메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경제가 부분적으로라도 자유화되어 부유해진 국가는, 그 부를 군사력과 지정학적 팽창으로 전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내부의 부는 국가의 야망을 키운다.
결론
이러한 관찰이 경제적 자유주의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 자유주의는 부를 창출하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국가가 개인의 사적 자본을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끊임없이 약탈하려는 데 있다. 이 분석은 중요한 진실을 상기시킨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경제적 번영은 언제나 시장의 자연스러운 목표―협력―와는 다른 방향, 즉 약탈과 지배로 부분적으로 전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제국주의로 이어지느냐가 아니라, 시장이 창출한 번영을 지배와 강압의 도구로 바꾸는 국가적 약탈의 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이다.
글쓴이) Ulrich Fromy
울리히 프로미는 프랑스 앙제에 있는 서부 가톨릭 대학교(Université catholique de l’Ouest)와 르망 대학교(Université du Maine)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근세사 및 문화유산 보존 분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그는 프랑스 북서부 지역의 한 박물관 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출처)
https://mises.org/mises-wire/does-liberalism-fuel-imperialism
옮긴이) 이종선 (인제대학교 명예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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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oooo님의 댓글
oooo 작성일흥미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핵심 질문은 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제국주의로 이어지느냐가 아니라, 시장이 창출한 번영을 지배와 강압의 도구로 바꾸는 국가적 약탈의 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이다."
김도헌님의 댓글
김도헌 작성일
시장과 정부의 부를 획득하는 방법의 차이.
1.시장은 교환과 생산을 통해서 부를 획득한다.
2.정부는 폭력적 합법화로 부를 획득한다.
3.미제스는 부를 획득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4.교환, 약탈 그리고 구걸이다.
5.시장은 서로간에 쌍방이 자신이 가진 가치가 낮은 물건을 상대방이 가진 가치가 높은 물건과 교환한다.
6.이는 교환 당사자인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7.그래서 시장의 교환은 교환전보다 교환후에 더 많은 부가 창출되고 교환을 거듭할수록 부의 크기는 더 커진다.
8.그러나 정부는 폭력의 합법화로 인해서 누군가에게서 약탈하거나 강탈해야만 부의 크기가 커진다.
9.정부의 부의 획득은 Zero-sum적이지만 시장의 부의 획득은 positive- sum적이다.
10.정부가 누군가에게 강탈하면 그 부를 빼앗긴 사람은 부가 줄어들지만 시장은 자신이 누군가에게서 이득을 얻으려면 반드시 누군가에게도 이득을 주어야 한다.
11.시장은 상호 호혜적이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한편에게만 이득이 간다.
12.정부의 이득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이득을 극대화하면 제국주의도 사라질 것이고 이는 자유무역으로 서로의 이익에 상대방들이 최선으로 행동할 경우에만 제국주의는 없어질것이고 식민지도 별다른 이익이 못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것이다.
김도헌 올림.
oooo님의 댓글
oooo 작성일우파적인 더 나아가 극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유와 시장경제를 진정으로 옹호하는 자의 글이네요.


